원래 상윤이는 똥을 잘 눈다.
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몬다.

쫌 예민해서 밖에 나가면 응가를 안한다. 응가는 웬만하면 집에서만 한다.
그래서 오전부터 외출을 한 날은 보통 하루 거르고 그 다음날 응가를 한다.

그런데 상윤이가 최근에 응가를 잘 못하는 일이 생겼다.

원인은 불명.

사실은 몇일 전부터 상윤이 이유식을 하루 두번에서 세번으로 늘렸고, 비슷한 시기에 상윤이 엄마가 한약을 먹기 시작해서 어떤 게 원인이 됐는지 알 수가 없다.

하여튼 애가 속이 불편해서 그런지 자다가도 자주 깨서 울고 젖도 자주 먹고 컨디션이 좀 불규칙하다.

그러더니 어제 아침에는 밥을 먹으면서 상윤이한테도 밥알 조금씩 먹이고 있었는데 몇 수저 먹다가 갑자기 떼를 쓰면서 일어나려고 하는거다. 그래서 얘가 왜이러나 싶으면서도 하두 반응이 심해서 의자에서 일으켜줬더니 얘가 힘쓰는 폼이 이상하다. 응가를 한 것 같다. 그래서 바닥에 놓고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하는데 얘가 또 힘을 쓰면서 일어나려고 떼를 쓴다. 그래서 결국 기저귀를 갈다말고 옷도 안입고 어정쩡하게 선 자세에서 애가 힘을 있는데로 쓰면서 응가를 밀어내려고 용을 썼다.

그런데 몇일간 못봐서 그런지 변이 무척 되고 굵게 나와서 상윤이가무척 힘들어 한다. 잘 끊어지지도 않아서 엉덩이에 덜렁덜렁 매달려있다. 결국 기저귀로 닦으면서 끊어줬는데 결국 나중에 밀어내려던 거는 못밀어내고 다시 들어가버리고 말았다. 욕실 데리고 들어가서 씻겨주고 기저귀 채우고 했지만 영 찜찜했다. 조 쪼그만게 그런게 속에 있으니 얼마나 불편할런지..

어제는 만사제치고 상윤이 약을 한 첩 만들었다. 원래 애들 녹용넣고 약 지을 때 쓰는 처방인데 처방 내용이 변을 쉽게 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녹용만 빼고 지었다. 저녁에 집에 가지고 가서 먹이는데 다행히 약이 단맛이 돌아서 상윤이가 잘 먹는다. 안심이다.. 이제 하루이틀이면 변도 해결이 되겠구나.

과연.. 오늘 아침 상윤이가 모처럼 좀 늦게까지 편하게 자더니.. 아침에 침대 모서리에 누워서 상윤이 기어다니는 거 보는데 냄새가 수상해서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아보니 틀림없이 응가를 한 것 같다. 이 낭보를 욕실 안에 있던 아내한테 전하고 당장 상윤이 데리고 욕실로 들어갔다. 과연.. 어른이 눈 거 같은 응가 두 덩이가 기저귀에 있는데 저게 어떻게 나왔을까 싶게 되다. 그렇다고 딱딱하게 염소똥은 아니지만 하여간 상윤이 항문이 다 빨갛게 됐을 정도니..

결국 밀어내기 한 판에 성공한 상윤이 아침에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도저히 감당이 안되서 애먹었다. ^^

애들은 정말 잠 잘자고 잘 먹고 똥 잘 누면 세상 편하다
Posted by leebanana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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